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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반주자: Collaborative Pianist , accompanist 에 대하여

by kisney 2025. 1. 21.

 

 반주자

 

 

© wikimedia commons

 

 앙상블에서 피아노 연주자를 지칭하는 용어는 현대에 와서 그 명칭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반주자를 지칭하는 accompanist가 정적인 개념으로, 조금은 제한적인 역할을 내포하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Collaborative Pianist라는 명칭이 등장하면서 이전보다 협조적이고 동반자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의미의 변환은 반주자에게 있어 능동적인 면을 가져오게 했다. 솔리스트로서 음악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역설적이게도 앙상블은 그 음악적 이상을 솔리스트인 상태에서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관계 속에서 배워가는 음악은 다각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어떤 악기와 연주하느냐에 따라 악기별로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독주곡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합창과의 연주는 각 성부마다 노래하는 법, 호흡과 프레이즈의 관계, 베이스의 중요성 등을 감각적으로 배우고, 기악과의 연주는 피아노 스코어만 보지 않고 전체 스코어를 보는 능력을 길러 소리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이후에 솔리스트로서 독주곡을 분석할 때도 전체적인 소리 밸런스, 성부마다 노래하는 법, 프레이즈와 호흡의 연관성 등 앙상블에서 경험했던 것을 독주곡에도 적용하여 접목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실내악을 통해 배웠던 청각적 소통과 시각적 소통들은 오히려 피아노 연주자가 솔리스트 연주자로서 곡을 연주할 때에 음악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어 보다 깊이 있는 음악을 실현하게끔 도와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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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aux Arts Trio, Concertgebouw

 

 무엇보다도 인간의 본질이 관계에 있다는 Martin Buber의 말처럼, 앙상블을 통해 서로의 음악을 주고받음으로써 모든 사람이 하나의 살아있는 상호관계에 들어설 때 음악은 살아있는 유기체가 된다. 가끔씩 다른 악기와 연주할 때 프레이즈의 시작부분이나 마치는 부분 혹은 숨표를 통해 연주자들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경험한다. 이따금 협업하는 연주자들과의 온전한 음악적 소통은 비록 기술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단순한 테크닉적인 합을 넘어서서 그 너머의 감정적 교류가 서로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통방식임을 깨달았다.      

 

© Quincena Musical

 


 오늘날 Collaborative Pianist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솔리스트나 앙상블에서의 다른 악기만큼 크게 주목을 받아온 자리는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그 역할의 비중과 기량은 그 어떤 다른 악기와 비교해도 그 비중이 동등하다는 인식이 지금보다도 많은 이들에게 확실히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느 한 쪽만 음악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서로에게 음악적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연주자들 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는 대상자들에게도 적용되고, 그것이 보편화되는 개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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